이유월 - 트리센 저택

Review 2023. 9. 22.

https://ridibooks.com/books/5332000001?_rdt_sid=romance_fantasy_webnovel_reading_book&_rdt_idx=11 

 

트리센 저택

트리센 저택 작품소개: 빛의 은둔자. 비운의 소년 영주. 테오볼드 페르브란테.“그가 저택의 문을 열었다네. 13년 만에 말이야.”트리센의 영주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는 강철과 불꽃, 얼음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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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재밌게 보고 있는 연재물 트리센 저택. 타임라인에서 인기 있길래 찍먹해봤다가 10편 초중반쯤 가서까지 텐션이 안 올라오고 안 읽히길래 덮어놨었다. 그러다 이왕 비포 모으면 사뒀던 거라 재도전해봤는데 웬걸. 너무 재밌어서 시간 쪼개서 친구 기다리면서 역 안의 카페에서도 읽고, 숙소에서 잠 안 오길래 몇 편 더 읽고 그러다가 지금은 오전에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꼭꼭 챙겨읽으면서 연재 달리는 중이다. 올해 연재 달리는 건 <바스티안> 말고 없었는데(메리사이코도 재밌긴 했는데, 이건 연재분 다 읽고나서 며칠 지나니 좀 모아뒀다 읽는 게 낫지 싶어서 묵히는 중) 간만에 연재 달려서 즐겁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가상 시대물. 중부 로렐라이아의 멘델성의 영주의 딸인 여주가 남부 트리센의 영주의 초대를 받아 트리센에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선박 사고로 가족 전부를 잃고 계승자가 된 불우한 영주의 둘째 아들인 테오볼드가 사고 이후 13년만에 걸어두었던 성문을 개방하고, 왕국의 유력 가문 중 하나인 여주네 가족을 다 초대한다. 온실 속 화초로 곱게 자란 영주의 셋째인 로렐리아는 금세 화려하고 아름다운 트리센 저택과 영주에게 무척이나 강하게 매료되고 암묵적 결혼상대였던 왕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테오볼드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복수를 위한 테오볼드의 설계도 내의 일이었는데.....
 


특히 재밌게 보고 있는 포인트를 꼽자면...

 

⚠️여기서부터 스포주의⚠️

 


1. 삭막하고 으스스한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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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렐리아는 소리 없이 걸음을 뗐다. 석상 뒤편의 공간에 들어서며 두 손으로 촛대를 꽉 쥐었다. 동그란 빛에 감싸인 채 돌계단을 내려갔다. 나선형 계단은 지하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3층에서 끝까지 쉬지 않고 내려온 그녀는 계단 끝에 이르러 조금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온통 돌로 이루어진 복도는 번듯하고 조용했다. 지하실 특유의 냉기 사이로 매캐한 냄새가 떠다녔다. 처음 맡아보는 그 냄새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톡 쏘는 냄새. 식초인가. 로렐리아는 콧잔등을 살짝 찡그렸다. 구역질이 날 만큼은 아니지만 코를 막고 싶은 악취였다.
그 악취가 흘러나오는 곳은 복도 중앙. 문이 없는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었다.
로렐리아는 두려움을 누르며 그 안으로 들어섰다. 촛불을 든 채 다가서자 조금씩 안쪽의 풍경이 보였다. 벽면에 붙은 기이한 그림들. 그 아래 세워진 수납장들. 무엇에 쓰는 공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곳.
그 공간의 정중앙에 검은 천으로 덮은 간이침대가 있었다.

트리센 저택 75화 | 이유월 저

중세 고딕 로맨스인데, 배경 묘사에 온 사방에 황금칠을 했니 햇볕이 거대한 창으로 쏟아지는 채광에 어쩌고 해도 저택에서는 음산하고 쎄한 기운이 새어져나온다. 주인의 성정을 닮아 그런 것이려니ㅋㅋ 중간중간 스릴러 영화 보듯이 긴장되는 부분들도 좋았다.  

 


2. 햇살같던 여주가 배신당할 때의 심리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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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에 그 말이 있다면, 제 손에 활과 화살이 있다면 쏴 버릴 것 같았다. 하얗고 매끈한 목에 화살을 박을 것 같았다. 백마의 목에서 새빨간 피가 솟구친다면 이 분노가 좀 풀릴 것 같았다. 이 배신감이, 슬픔이, 환멸과 모멸의 불길이 조금은 사그라들 것 같았다.
로렐리아는 한순간 진심으로 그러길 원했다. 이어 그 끔찍한 발상에 스스로 소스라쳤다. 죄 없는 말을 죽이다니.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건가.
미쳐 가는 거야. 제정신이 아니야. 스스로 경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트리센 저택 93화 | 이유월 저

여주가 영주의 막내딸로 자라서 햇살꽃밭인데, 남주의 배신을 접하면서 처음에는 의아함을 느끼면서 내가 잘못한 걸까 그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걸까 의구심을 가졌다가, 결국 속았다는 걸 깨닫고 심리적으로 괴로워하는데 이 감정선의 전개가 좋아서 몰입이 확 되고 좋았다. 로렐이 불쌍하긴 한데, 로렐이 테오를 파르르거리면서 증오하고 역겨워할 때, 특히 둘이서 신경전 벌이는 텐션이 좋다. <에블린 데일의 깨어진 꿈> 에서도 여주가 남주1한테 계약서 받고 상처 받고나서부터 가슴이 찌르르하면서 도파민이 돌더니 확 몰입되고 좋았다는 걸 보니 이 분 스타일이랑 나랑 잘 맞는 거 같당. 갑자기요? 이런 거 없이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이끌어나가는 매력이 있다.

 

 

3. 뻔뻔한 집착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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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쫓아왔지.”

“…쫓아오지 말아요.”
“그럼 도망치지 마.”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로렐리아는 강제로 그의 얼굴을 마주 보아야 했다. 파란 눈동자. 짙은 속눈썹.
“도망치지 않으면 쫓을 일도 없잖아.”
나직이 일러준 테오볼드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더니 반대쪽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만졌다. 뒤통수 아래 뭉쳐 놓은 머리칼을 아무렇지 않게 더듬는 손길. 제 것을 만지듯 거리낌 없는 태도에 로렐리아는 말을 잃었다.
그 손이 머리그물을 뜯어낸 것은 순식간이었다.

트리센 저택 100화 | 이유월 저 

테오도 집착남주인데 너무 뜨거운 불같이 과격하게 집착하지 않고, 냉랭하고 시니컬한 캐릭터는 유지하면서도 심하게 집착하는데 그 뻔뻔함에 어이없어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유치함이 또 맛있음~.~

 

<트리센 저택>이 이유월 작가님 첫 작인데,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서술에 여러 복선이나 장치들을 깔아놓는 솜씨도 좋으신 듯. 그래서 앞으로 도장깨기 들어갈 듯. 더 많은 분들이 읽어서 같이 테오볼드 욕하면서ㅋㅋㅋㅋ 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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